아이에게 무엇을 사줄지보다 먼저 살펴볼 질문이 있다. 오늘 아이가 누군가와 마음껏 놀 수 있었는가. 유니세프의 2026년 자료 ‘The Power of Play’는 놀이를 여가의 부속물이 아니라 초기 배움과 관계 형성의 기회로 다룬다.

세계 수치를 우리 집 평가표로 쓰면 안 되는 이유

유니세프는 세계적으로 2~4세 아동 8천만 명 이상이 집에서 보호자와 놀지 못하고, 약 9천만 명은 놀이 도구를 접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약 100개국의 비교 가능한 자료를 모은 결과다. 이를 한국 아동의 비율이나 특정 부모의 양육 수준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보고서가 짚는 차이는 가구의 경제 여건, 보호자가 얻는 정보와 지원,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과 연결된다. 비싼 교구를 갖추면 해결된다는 결론과는 거리가 있다. 유니세프는 가족에게 시간과 정보, 안전한 공간, 단순한 재료를 지원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놀이를 했다’와 ‘아이의 놀이에 참여했다’

가정에서 이 자료를 활용한다면 장난감 개수를 세기보다 놀이의 흐름을 돌아보는 편이 유용하다. 어른이 정한 순서를 아이가 따라가기만 했는지, 아이가 고른 재료와 이야기가 활동을 바꾸었는지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는 보고서의 통계를 옮긴 기준이 아니라 일상을 점검하기 위한 편집부의 제안이다.

블록을 쌓는 시간에도 목표는 달라진다. 정해진 모양을 완성하는 활동과 아이가 무엇을 만들려는지 듣는 활동은 서로 다른 경험이다. 완성품 사진만 남기면 보이지 않던 선택과 대화가, 놀이 과정을 기록하면 드러날 수 있다.

준비물을 늘리지 않는 방법도 있다. 집에 있는 종이로 길을 만들거나 그림책 속 물건을 찾아보는 식이다. 다만 재료는 아이의 연령과 안전에 맞게 고르고 보호자가 살펴야 한다. 비싼 물건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무 물건이나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을 늘리기 어렵다면 장면을 고른다

가정에서 시도할 작은 실천으로, 하루의 한 장면을 아이가 고르는 시간으로 남겨볼 수 있다. 어른이 준비한 학습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보여주는 시간이다. 시작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 끝난 뒤에는 재미있었던 부분을 짧게 나누면 된다. 정해진 분량을 채우는 숙제로 만들 필요는 없다.

보호자끼리 돌봄을 나눌 수 있다면 준비물을 더 사는 일보다 서로 가능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맞춰볼 수 있다. 함께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오늘 아이가 좋아했던 소재를 전달하는 방식도 있다. 같은 놀이를 완벽하게 반복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다음 보호자가 관심의 단서를 얻는 기록이다.

지역 공간을 이용했다면 프로그램의 만족도와 함께 다시 방문할 수 있는 조건도 적어보자. 가까워도 운영 시간이 맞지 않는 곳과 조금 멀어도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실제 이용 경험이 다르다. 놀이 기회를 넓히는 논의에는 내용뿐 아니라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

부모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간

퇴근이 늦거나 돌봄을 혼자 맡는 가정에 ‘더 놀아주라’는 주문만 반복하는 것은 충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가족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대가 있는지, 놀이 활동에 함께할 사람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지역의 프로그램을 비교할 때는 홍보 문구보다 참여 조건을 먼저 적어보자. 운영 시간, 이동 거리, 보호자 동반 여부, 아이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비교 항목이 될 수 있다. 가족의 하루에 들어오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내용이 좋아도 이용하기 어렵다.

놀이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모든 가정에 같은 장난감을 놓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관심을 드러내고 누군가가 그 관심에 응답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일이다. 이 세계 자료가 한국의 부모와 교육에 던지는 질문도 그 지점에 있다.

출처와 편집 정보

확인: 2026-09-22 · 공개 자료 또는 제공된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수정 안내: 기사 내용에 맞춘 전용 AI 이미지로 교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