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는 기록에는 결론만큼이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누가 한 말인지, 어떤 자료로 확인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나는 조사 역량을 높이는 연수가 이런 구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교육지원청은 10월 16일 수원 노보텔에서 소속 학교폭력전담조사관 45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역량강화 연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실관계 확인, 진술 정리, 핵심 쟁점 파악, 조사보고서 작성이 주요 내용이었다. 실제 사례를 활용한 실습과 토의, 질의응답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교육지원청은 사전 설문으로 조사관들이 겪는 어려움과 연수 수요를 수렴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공식 원문에서 확인한 연수 내용이다. 개별 사건의 조사기록이나 연수 전후 평가 결과는 공개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이번 연수로 조사의 공정성이 실제로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이 발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아래의 논의는 해당 기관의 업무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연수가 지향할 만한 기록의 원칙에 대한 제안이다.

기록은 말을 줄이는 동시에 뜻을 남겨야 한다

진술을 정리하는 일은 문장을 매끈하게 만드는 작업과 다르다. 간결한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말한 사람이 직접 본 것과 전해 들은 것, 당시의 기억과 나중의 해석이 뒤섞이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기록이 짧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더 정확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연수에서는 같은 사례를 여러 사람이 각자 정리한 뒤 차이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어떤 표현을 사실로 적었는지, 어떤 내용에 출처를 붙였는지,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남겼는지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번 연수에서 실제 사용한 방법이라는 뜻이 아니라 필자의 제안이다. 문장의 차이를 살피는 훈련은 기록자가 자신의 해석을 알아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르는 부분을 남기는 것도 전문성이다

보고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빈틈을 추정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진술이 있을 때 그 차이를 지워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보다, 확인된 범위와 남은 질문을 구분해 두는 편이 더 책임 있는 기록이라고 본다.

공정성을 주장하는 문구를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기록을 읽었을 때 어떤 자료가 어떤 서술을 뒷받침하는지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표시 역시 책임을 피하는 표현이 아니라, 다음 확인이 필요한 위치를 알려 주는 장치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원칙을 개별 사건의 판단이나 정해진 처리 절차를 대신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을 보호하는 일과 사실을 확인하는 일을 함께 놓자

신중하게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 학생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을 늦추자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보호와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특정 학생의 인격이나 의도를 미리 규정하는 표현은 경계해야 한다. 기록이 다루어야 할 행동과 상황을 한 사람에 대한 낙인으로 바꾸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습 자료를 공유할 때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기를 바란다. 배울 쟁점은 충분히 남기되, 사건과 학생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불필요하게 넓히지 않는 것이다. 사례를 자세히 안다는 사실과 학생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서로 다르다. 이는 발표에 공개되지 않은 연수 자료의 개인정보 처리 상태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향후 사례 학습을 설계할 때 두었으면 하는 기준이다.

하루의 연수를 다음 기록으로 연결하려면

사전 설문으로 어려움을 묻는 방식에 이어, 연수 뒤에는 어떤 기록 업무가 여전히 어려운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익명화한 연습 자료를 다시 검토하거나, 공통으로 혼동한 표현을 모아 추가 학습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참석 인원과 강의 시간 외에도 무엇을 구분해서 쓸 수 있게 되었는지를 살피자는 취지다.

이번 칼럼은 경기도교육청에 게시된 수원교육지원청 보도자료와 첨부 원문을 근거로 했다. 별도의 참가자 기록이나 독립적인 효과 평가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연수의 성과를 앞서 칭찬하기보다, 그 배움이 다음 기록의 정확성으로 이어지는지를 묻고 싶다. 학생을 대하는 책임은 단정적인 한 문장보다,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정직하게 나누는 문장에서 드러날 수 있다.

출처와 편집 정보

확인: 2026-10-18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