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존중한다는 약속을 학교 시간표에 적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업 준비와 학생의 글을 읽는 시간, 학부모와 차분히 상담할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세계 교사의 날을 맞아 학교가 점검할 것은 감사의 표현과 함께, 그 표현을 뒷받침하는 하루의 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10월 5일은 세계 교사의 날이다. 유네스코는 올해를 1966년 국제노동기구(ILO)·유네스코의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 채택 60주년으로 설명한다. 올해 안내는 교직의 지위를 상징적 존중뿐 아니라 전문적 자율성과 지원, 보수와 업무량 등 여러 측면에서 살피고 있다. 이 글은 그 기념일과 원문 권고를 바탕으로 학교 운영에 필요한 변화를 제안하는 칼럼이다.
수업 시간 밖의 교육을 일정 안으로
1966년 권고 제90항은 수업 시간을 정할 때 학생 수뿐 아니라 수업 계획과 준비, 평가, 학생 상담, 학부모에게 학생의 진전을 설명하고 의논할 시간 등을 고려하도록 한다. 제87항은 교사가 전문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교수 업무를 담당하는 지원 인력을 두도록 권고한다. 오래된 문서지만, 수업 시간만 세어 교사의 일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오늘 학교를 생각할 때도 유용하다.
다만 이 권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학교가 이를 충분히 실천하는지, 국내 교사의 준비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알 수 없다. 이 글은 국내 업무시간 조사나 정책 효과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원칙을 오늘의 학교에서 무엇을 확인할지 묻는 출발점으로 읽자는 제안이다.
우선 학교가 새 활동을 계획할 때 ‘누가 맡을까’와 함께 ‘어느 시간에 할까’를 결정했으면 한다. 학생 글을 꼼꼼히 읽고 다음 수업의 질문을 바꾸는 일에 시간을 배정하지 않은 채 결과만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활동이라면 준비와 피드백까지 포함해 일정을 잡아야 한다. 기존 일정과 겹친다면 무엇을 줄이거나 옮길지도 같은 자리에서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한 실태조사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사들이 한 주의 업무를 함께 살피고, 반복 입력이나 중복 보고처럼 줄일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작은 점검부터 제안한다. 다만 이 점검이 또 하나의 상세 실적표 제출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록의 목적은 개인별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업무가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끊고 있는지 찾아 조정하는 데 있어야 한다.
상담을 위한 시간도 함께 약속하자
교사의 시간을 보장하는 논의에는 학부모의 접근성도 들어가야 한다. 상담을 줄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가 걱정을 전할 통로, 학교가 확인 후 답할 예상 시점, 긴급한 학생 안전 문제를 알릴 별도 연락 방법을 함께 안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반적인 학습 상담은 약속된 시간에 자료를 준비해 나누고, 긴급한 상황은 학교가 정한 절차로 신속히 전달하도록 구분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모든 학교가 이렇게 운영된다는 설명이 아니라 운영 원칙에 대한 제안이다. 교사의 사적인 시간을 무한히 열어 두는 방식과, 보호자의 질문이 길을 잃는 방식 모두 학생에게 좋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지원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옮길 때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교사의 일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평가하지 말고, 맡는 사람의 인력과 시간, 교육과 책임 범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충분한 여건 없이 담당자 이름만 바꾸면 부담의 위치만 달라질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이 함께 지속할 수 있는 업무 배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점검의 기준은 아이에게 돌아가는 시간
학교가 변화를 시도했다면 보고서의 분량보다 수업 준비 시간을 실제로 확보했는지, 상담 약속이 지켜졌는지, 학생에게 피드백을 줄 여유가 생겼는지를 살펴보자. 이는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는 주장이 아니라, 앞으로 변화를 확인할 때 사용할 기준에 대한 제안이다. 성적 변화 하나로 모든 결과를 판단하기보다 교사와 학생, 보호자가 경험하는 과정을 함께 들을 필요가 있다.
세계 교사의 날에 건넨 존중이 다음 날에도 남으려면 학교의 일정과 업무 배분에 흔적이 있어야 한다. 교사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지키는 일. 그 시간을 학교 공동체가 함께 마련하는 것이 존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
- UNESCO — World Teachers’ Day, 2026 안내 · 2026년 안내, 2026-10-05 확인
- ILO·UNESCO — 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Teachers (제87·90항 등) · 1966-10-05 채택
- 자료사진 — Yeşim Çolak / Pexels · 2026-01-13 촬영
- Pexels 사진 이용 조건 · 2026-10-05 확인
확인: 2026-10-05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