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류 수업에서 친구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 일은 소중하다. 다만 한 학생에게 부모가 태어난 나라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기 전에는 물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은가. 문화를 존중하는 수업은 말할 기회를 주는 데서 시작하지만, 어디까지 말할지 정하는 권한도 학생에게 남겨 두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은 10월 2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국·베트남 글로벌 문화교류 2기를 운영했다고 발표했다. 일정은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였으며, 도내 중·고등학교 5개교 학생 20명과 지도교사 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학교별 학생 네 명 중 이주배경 학생을 두 명 이상 포함하는 구성이다.
교육원은 사전 이해, 현지 방문 교류, 사후 성장 나눔의 세 단계로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부모의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소속감을 함께 키우고,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 운영 목표다. 이러한 목표가 학생 각자에게 어떻게 실현됐는지는 발표문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 글은 참가자의 속마음을 대신 설명하거나 이번 행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소식을 계기로 문화교류 교육에서 지켜야 할 선택의 원칙을 제안한다.
학생에게는 가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소개할 기회가 필요하다. 동시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여지도 있어야 한다. 부모의 출신지가 같다고 해서 학생들이 같은 언어 수준과 경험, 관심사를 가졌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음식일 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게임일 수도 있다. 가족의 이주 경험은 공개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들은 특정 참가자의 사례가 아니라 수업을 설계할 때 열어 두어야 할 가능성이다.
유네스코가 2001년 채택한 문화다양성 세계선언 제5조는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는 교육과 자신이 선택한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참고할 대목은 존중과 선택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선언을 특정 수업 운영에 관한 국내 의무 규정으로 옮겨 읽을 필요는 없다. 학생이 자기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결정하도록 돕는 교육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발표 주제를 가족의 국적에 따라 미리 나누기보다, 모든 학생에게 여러 주제를 제시하면 좋겠다. 관심 있는 지역의 학교생활, 서로 즐기는 놀이, 같은 재료로 만드는 다른 음식처럼 누구나 조사할 수 있는 질문을 함께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경험을 보태고 싶은 학생에게는 기회를 주되, 그 학생의 설명을 한 나라 전체의 모습으로 일반화하지 않는 약속도 필요하다.
준비의 책임 역시 함께 나눠야 한다. 특정 언어를 쓰는 가정의 학생에게 통역이나 문화 설명을 당연히 맡기지 말고, 원하는 역할과 도움의 범위를 먼저 확인하자. 언어 자료와 배경 정보는 수업을 준비하는 어른도 마련해야 한다. 학생이 도와주겠다고 선택하는 것과, 그 학생이 없으면 활동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역할을 바꿀 수 있고 거절해도 다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 나눔도 한 가지 감정으로 끝낼 이유는 없다. 자랑스러웠다는 소감만 좋은 답으로 삼기보다, 새로 알게 된 점과 여전히 궁금한 점, 예상과 달랐던 점을 각각 적게 할 수 있다. 교류가 끝난 뒤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는 응답도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진이나 가족 이야기를 전시할 때에는 공개할 내용과 대상을 학생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제안한다.
교류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에게 배움이 이어지는 방식도 고민할 만하다. 참가자가 방문기를 발표하고 나머지는 듣기만 하는 대신, 학급이 미리 함께 만든 질문에 답을 찾아 돌아오는 구조는 어떨까. 돌아온 뒤에는 답을 함께 검토하고 추가로 조사할 문제를 정하면 된다. 이는 이번 프로그램의 운영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다음 교류를 준비할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문화교류의 성과를 방문한 장소와 찍은 사진만으로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이 자신을 설명하는 말을 스스로 골랐는지, 친구에 대한 질문이 더 구체적이고 조심스러워졌는지도 돌아보자. 한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고, 나누지 않은 부분까지 존중받는 교실. 그 경험이 문화적 자긍심과 소속감을 함께 키우는 든든한 바탕이 될 것이다.
-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경기 학생 20명, 베트남 문화교류 · 2026-10-02
- 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Article 5 · 2001-11-02
- 자료사진: Quang Nguyen Vinh / Pexels · 2021-02-04
- Pexels 사진 이용 조건 · 2026-10-02 확인
확인: 2026-10-02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