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의 첫 100일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숫자다. 참여 학교가 몇 곳인지, 학생이 얼마나 신청했는지, 협약을 몇 건 맺었는지가 발표된다. 이런 수치는 정책이 얼마나 넓게 출발했는지 보여 준다. 다음 보고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출발이 학교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7일 안민석 교육감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는 폰프리 스쿨에 1,246개교가 호응하고, ‘폰프리 100일의 기적’에 학생 1만 8천여 명이 참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학교와 지역의 교육자원을 연결하는 ‘벽깨기’ 정책은 도내 31개 시·군 중 29곳과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들은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청이 발표한 현황이다.
여기서 신청, 운영, 완료, 효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신청은 참여 의사를 나타내지만 일정 기간의 실천을 마쳤다는 뜻은 아니다. 지자체와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도 모든 학교에서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실제로 교육감의 모두발언은 내년 1월에 폰프리 프로그램을 완주한 학생들과 결실을 나누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현재의 신청 인원을 이미 확인된 성공 인원으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공개 자료만으로 개별 학교의 변화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이 칼럼은 교육청의 공식 발표를 출발점으로 삼되, 정책 효과가 입증됐다거나 실패했다고 판정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보다 앞으로 무엇을 확인할지 미리 밝히는 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음 보고서에는 비교할 기준을
우선 지표마다 무엇을 세었는지 설명하자. 참여 학교 수가 신청서를 낸 학교인지, 활동을 시작한 학교인지, 정해진 기간을 운영한 학교인지 구분하면 독자는 숫자의 의미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집계 기준일과 대상 학교의 범위도 함께 제시할 만하다. 기준이 바뀌었다면 이전 숫자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이는 이번 집계가 틀렸다는 지적이 아니라, 이후 보고를 더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다음으로 활동의 양과 학생이 겪는 변화를 나누어 살펴보자. 독서·예술·스포츠 활동을 몇 차례 열었는지와 학생이 실제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평가를 설계할 때에는 운영 횟수 외에도 참여하기 어려웠던 이유, 이동이나 비용의 부담, 학생이 선택할 수 있었던 활동의 범위를 검토할 수 있다. 특정 지표 하나로 모든 정책을 평가하기보다 정책의 목적에 맞는 질문을 고르는 편이 낫다.
‘벽깨기’ 협약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협약 수를 발표한 다음에는 어떤 자원이 어느 학교에 연결됐고, 학생이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면 좋겠다. 프로그램이 아직 준비 중이라면 그 상태를 그대로 공개할 수 있다. 준비, 시범 운영, 확대를 구분하면 학부모는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지원과 앞으로 마련될 지원을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발표 단계부터 모든 성과를 요구하는 대신, 단계에 맞는 정보를 요구하자는 뜻이다.
평가를 위한 일이 수업을 밀어내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하자는 말이 교사에게 보고서를 더 쓰게 하자는 뜻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존 행정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하고, 추가로 물을 항목은 목적을 설명한 뒤 최소화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과 교사의 경험을 조사한다면 응답자의 범위와 응답률, 질문 내용도 결과와 함께 밝혀야 한다. 만족도가 높다는 답변만으로 학습이나 생활의 변화까지 입증됐다고 확대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아울러 잘된 사례와 조정이 필요한 사례를 함께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운영 도중 참여를 중단한 학교가 있다면 숫자에서 사라지게 하기보다 이유를 살펴 정책을 고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실제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아니라, 앞으로 평가할 때 필요한 원칙이다. 학생 개인을 드러내거나 학교를 줄 세우지 않으면서도 개선점을 설명하는 방식은 함께 설계할 과제다.
100일 보고는 출발을 설명하는 자리일 수 있다. 그다음 보고는 출발 이후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교육행정의 신뢰는 큰 숫자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숫자의 뜻과 한계를 밝히고, 아직 모르는 것은 다음에 어떻게 확인할지 약속할 때 더 단단해질 것이다.
- 경기도교육청 |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취임 100일 기자회견(보도자료·모두발언) · 2026-10-07
- 사진 원본 | Mikhail Nilov / Pexels · 2021-06-11
- 사진 이용 조건 | Pexels License · 2026-10-07
확인: 2026-10-07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