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불편을 해결하는 수업을 한다면 무엇부터 꺼내야 할까. 센서와 코딩 도구를 고르기 전에, 누가 어느 때 어떤 불편을 겪는지 적을 종이부터 펼쳐보면 좋겠다. 기술을 배우는 일에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묻는 연습도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23일 제1회 ‘지역 현안 해결 솔루션 챌린지’ 개최를 발표했다. 주민이 지역 문제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해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연구개발지원단과 함께 과제로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우수과제는 2027년 관련 사업을 통한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으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추진 방향이다. 공모 발표만으로 주민의 불편이 줄었거나 교육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 글 역시 발표 원문을 바탕으로 교육에 필요한 질문을 제안하는 칼럼이며, 사업 성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한 결과는 아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문제를 제안하는 사람의 자리다. 교육에서도 학습자가 완성된 과제를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논의하도록 해보자. 지도에서 가까운 시설이라도 실제로 걸어가는 길은 다를 수 있다. 이 차이를 알아보려면 거리뿐 아니라 이동 경로와 이용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런 질문을 세우는 과정부터 탐구 과제로 삼을 만하다.
가령 통학로의 보행 불편을 조사하는 수업을 가정해보자. 곧바로 ‘안전 앱 만들기’를 목표로 정하기보다, 관찰할 구간과 시간대를 먼저 정할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 비가 오는 날에는 조건이 달라지는지, 누구의 의견을 더 들어야 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 학교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설계를 위한 예시다.
한 번 본 장면을 동네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지 않는 훈련도 필요하다. 관찰한 날짜와 범위를 남기고,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따로 적도록 하자. 서로 다른 관찰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을 지울지 결정하기보다 조건이 어떻게 달랐는지 비교해야 한다. 과학적 태도를 가르치는 일은 멋진 결론을 만드는 일과 언제나 같지는 않다.
해결책을 고르는 기준도 열어두었으면 한다. 장치를 설치하는 안, 안내 방식을 바꾸는 안, 운영 시간을 조정하는 안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기술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 역시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의 일부다. 도구를 먼저 정해놓고 그 도구에 맞는 문제만 찾는다면, 관찰에서 얻은 중요한 단서가 사라질 수 있다.
학생의 참여에는 어른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 위험한 도로에서 직접 실험하거나, 동의 없이 얼굴과 이동 경로를 수집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학교와 지자체가 확인할 사항, 전문가에게 맡길 판단, 학생이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관찰을 나눠야 한다. 생활 문제를 수업으로 가져오는 것이 행정과 시설 관리의 책임까지 학생에게 넘기는 뜻이어서는 곤란하다.
평가에서는 결과물 옆에 과정의 증거를 놓아보자. 처음의 추측을 무엇 때문에 바꿨는지, 반대 의견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적용 뒤 효과를 어떤 기준으로 확인할지를 묻는 것이다. 발표 자료가 화려하지 않아도 문제를 더 정확히 설명하게 됐다면 그 변화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공모가 실제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앞으로의 실행과 검증으로 판단해야 한다. 교육이 지금 가져올 수 있는 질문은 더 소박하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경계를 정확히 그리는 연습에 시간을 줄 때, 해결책을 내놓는 일에도 책임이 생긴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회 지역 현안 해결 솔루션 챌린지 개최(보도자료 원문) · 2026-09-23
확인: 2026-09-24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