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뒤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각자 눈길이 머문 문장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권하고 싶다. 같은 책을 읽었어도 오래 남은 장면은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책을 펼친 채 이야기할 수 있다면, 독서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24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2026 경기독서인문교육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교사와 사서교사, 사서 등 600여 명이 참여했고, 초등 35개와 중등 32개 등 67개 주제의 실천 사례를 나눴다. 독서 토의·토론, 책쓰기와 연계한 독서, 디지털·AI를 활용한 독서 등이 공유 대상이었다.
공개 자료는 수업 결과와 함께 과정에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만든 책과 협동 그림책, 문학작품집 등 82교·팀의 결과물 전시도 마련됐다. 다양한 독서 활동을 나누는 이런 기회가 교실에서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할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독서 대화의 진행 방식에 몇 가지 제안을 보태고 싶다.
눈길이 머문 문장부터 꺼내 보자
첫 순서로 책에서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이나 장면을 하나 골라 보게 하자. 줄거리 전체를 정리하는 대신, 왜 그곳에서 잠시 멈췄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문장을 적거나 쪽수를 표시해 두면 다른 친구도 같은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이 고른 대목을 함께 읽으며 대화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때 질문은 구체적이면 좋겠다. 인물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느낀 곳은 어디인지, 그 선택을 이해하게 만든 말은 무엇인지,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 달라 보이는 부분은 어디인지 묻는 방식이다. 학생이 자기 생각과 책의 내용을 연결해 설명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면 각자가 고른 근거를 나란히 읽어 보자. 같은 인물을 두고도 어떤 말이나 행동에 주목했는지에 따라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 상대가 펼친 쪽을 따라 읽고, 자기 해석에 덧붙일 부분을 찾는 순서를 마련했으면 한다. 생각을 바꿔 말할 수 있는 여유도 독서 대화에 포함하자.
말할 준비와 들을 순서를 함께 마련하자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짧게 메모할 시간을 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바로 발언하는 것이 편한 학생도 있고, 문장을 한번 써 본 뒤 말하고 싶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둘씩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전체 대화에 참여하거나, 적어 둔 질문을 함께 읽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듣는 사람에게도 할 일을 제시해 보자. 친구가 소개한 문장을 찾아 읽고, 설명을 더 듣고 싶은 부분을 하나 골라 질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화의 순서를 단순히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으로 끝내지 않고, 앞선 말을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는 시간으로 설계했으면 한다.
교사도 모든 발언에 곧바로 평가를 붙이기보다, 학생이 서로 질문하고 답할 순서를 열어둘 수 있다. 내용 확인이 필요한 대목에서는 책으로 돌아가 함께 살피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 부분에서는 설명의 이유를 더 들어보자. 대화가 끝날 때 각자가 새로 발견한 점이나 계속 생각해 보고 싶은 질문을 짧게 남기게 해도 좋다.
도서관과 교실이 대화를 함께 준비하자
이런 시간을 꾸릴 때 학교도서관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은 2025년 4월 개정 학교도서관 선언의 승인 소식을 전하며, 문해력·비판적 사고·창의성·세계시민성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학교도서관의 역할로 강조했다. 독서 활동을 준비할 때 참고할 방향이다.
이를 교실의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교사와 사서교사가 읽을 자료와 대화 주제를 함께 고르는 일을 제안한다. 같은 주제를 다른 관점에서 다룬 자료를 찾아두거나, 학생의 질문에 이어 읽을 책을 마련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생긴 궁금증을 도서관에서 이어 탐색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독서 대화를 마친 뒤에는 다음 읽기로 이어질 길도 열어두자. 친구가 소개한 장면을 다시 읽거나, 미처 다루지 못한 질문을 다음 시간에 가져올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만들기 위해 학교는 책을 구할 방법과 함께 읽을 시간을 살피고, 교사들이 준비 과정과 경험을 나눌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책으로 만든 다양한 결과물을 축하하는 일과, 그 책을 다시 펼쳐 생각을 나누는 일은 함께 갈 수 있다. 독서교육이 학생에게 남겨줄 소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읽기가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읽기를 따라가 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독서 수업에서는 같은 문장을 함께 다시 읽는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 경기도교육청 — 독서교육의 경험을 나누고 미래를 함께 그리다(본문·첨부 보도자료·사진) · 2026-10-25
-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 개정 IFLA-UNESCO 학교도서관 선언 승인 안내 · 2025-04-28
확인: 2026-10-25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