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이주배경학생을 위해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읽는지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언어로 책을 읽어 왔는지 묻는 일부터 함께 시작했으면 한다. 지원 대상이라는 이름 뒤에 있는 한 명의 독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경기도교육청화성도서관은 10월 14일 온누리다문화평생교육원과 이주배경학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두 기관은 자료와 독서프로그램 지원,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 지원 현장의 필요와 상호 이해에 관한 의견 청취·반영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서관이 가진 책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맞춤형 독서·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의 내용을 읽으며 눈여겨본 대목은 현장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약속이다. 책을 제공하는 일과 학생이 그 책을 자기 관심에 맞게 읽는 일 사이에는 여러 선택이 놓여 있다. 어떤 책을 가져갈지, 누구와 읽을지, 읽은 뒤 무엇을 이야기할지를 학생과 함께 정하는 과정까지 포함돼야 ‘맞춤형’이라는 말이 구체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먼저 지원의 출발점을 한국어의 부족함 하나로만 정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이주배경이라는 범주는 특정 학생의 독서 수준이나 관심사를 대신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한국어로 읽기 편한 책을 찾는 것과 나이에 맞는 주제를 만나는 것은 함께 고려할 일이다. 문장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연령대의 책만 권한다면, 학생이 궁금해하는 세계를 놓칠 수 있다.

예컨대 과학이나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그 주제의 그림·사진 자료가 풍부한 책과 짧은 글부터 골라 볼 수 있다. 익숙한 언어로 읽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어 책과 나란히 놓고 다른 표현을 찾아보는 활동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이번 협약에서 이미 시행됐다고 확인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앞으로의 자료 선택에 참고할 수 있는 방식에 관한 의견이다.

책을 고르는 대화가 학생의 배경을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집에서 무슨 말을 쓰는지 공개적으로 답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활동보다는, 학생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취향과 관심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겠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일도 학생이 원할 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기관과 도서관의 협력은 이런 선택을 이어 주는 데 쓰였으면 한다. 학생을 가까이 만나는 기관은 어떤 책이 읽히는지, 어떤 안내가 이해하기 어려운지 도서관에 알려 줄 수 있다. 도서관은 그 의견을 바탕으로 자료를 바꾸고 다음 활동을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나누되, 지원에 꼭 필요하지 않은 개인 사정까지 넓게 공유하지 않는 원칙도 함께 세워야 한다.

한 번 책을 전달한 뒤에는 다시 선택할 기회가 남아 있어야 한다. 처음 권한 책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새로운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책은 재미없었다’는 말이 다음 책을 고르는 데 쓰인다면 학생의 의견이 실제 운영을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의견을 들었다는 기록보다 그 의견 때문에 무엇을 바꾸었는지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성과를 살피는 방식도 그 과정과 연결되길 바란다. 제공한 책의 수와 참여 인원은 운영 규모를 설명하지만, 학생이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는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생겼는지, 다음에 빌릴 책을 스스로 골랐는지처럼 독서의 선택이 넓어지는 모습을 함께 살펴보자는 뜻이다. 이를 모든 학생에게 같은 속도로 요구하거나 또 하나의 점수로 만들 필요는 없다.

화성도서관의 공개 업무협약 목록에는 온누리다문화평생교육원과 2023년 11월 7일 체결한 다문화 학생 지원 협약도 올라 있다. 두 기관의 접점이 이번에 처음 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존 협력의 구체적인 성과나 이번 협약과의 세부 차이를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를 학생의 변화가 이미 입증됐다는 소식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이 글의 협약 관련 사실은 교육청 발표와 도서관의 공개 목록에 근거한다. 모두 사업 관계기관의 자료이며 독립적인 효과 평가나 학생 인터뷰는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서 제안한 책 선택과 의견 반영의 방식은 앞으로의 운영을 위한 의견이다. 지원이 오래 남으려면 학생이 책을 받는 사람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고 요청하는 독자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출처와 편집 정보

확인: 2026-10-14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