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내려놓자는 약속을 할 때, 누가 약속의 내용을 정했는지도 물어야 한다. 아이에게 사용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어른이 정한 방식에 동의하는 일만 남겨둔다면,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의 자리는 좁아진다. 가정으로 이어지는 ‘폰프리’에는 아이가 이유를 설명하고, 방법을 고르고, 해본 뒤 바꿀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2일 북부청사에서 폰프리 스쿨 학생 공동 선언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생·교원·학부모 등 300여 명이 참여했고, 학교와 가정의 실천 사례 발표와 학생 공동 선언 등이 진행됐다. 도교육청은 학교의 실천을 가정으로 이어가자는 방향도 제시했다.

발표문에는 한 학생이 소개한 앱 종류별 사용 시간 설정, 알람시계 활용,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별도 공간에 두기 등의 방법이 담겼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방법을 적용했다는 내용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실천 방법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소개된 경험은 한 사례다. 이것만으로 모든 학생의 생활이나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글의 행사 사실은 도교육청 원문과 첨부 보도자료를 확인한 것으로, 별도 기관의 행사 검증 자료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아래 제안은 해당 학교나 가정에서 이미 시행 중이라는 보도가 아니라, 발표를 계기로 생각해볼 필자의 의견이다.

‘몇 분’보다 먼저 ‘무엇 때문에’

가정에서 첫 대화를 사용 시간의 숫자로만 시작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꼭 남기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스스로 줄이고 싶은 사용은 무엇인지 나눠 적어볼 수 있다. 연락과 학습, 놀이를 모두 같은 이유로 묶지 않고 각각 이야기해보자는 뜻이다.

그다음에는 작게 시험할 약속을 함께 고를 수 있다. 이를테면 식사 중에는 가족 모두 기기를 치우거나, 잠깐 쉬려던 시간이 길어지는 특정 앱의 알림부터 바꾸는 방식이다. 이는 효과가 입증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이 자신들의 생활을 설명하고 합의할 출발점의 예다. 필요한 연락이나 접근성 지원 등 예외가 있다면 이유와 방법도 함께 정해야 한다.

아이의 의견이 약속을 바꿀 수 있어야

유니세프의 2025년 7월 청소년 참여 안내는 참여를 일회성 활동이 아닌 과정으로 설명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우선순위를 다루고, 무엇을 왜 하는지 알고, 참여 범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위한 일반 안내이며 경기도 폰프리 정책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는 아니다.

이 원칙을 가정의 대화에 참고한다면, 아이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아야 한다. 왜 이 시간은 어려운지, 어떤 연락은 놓칠 수 없는지 설명했을 때 약속을 실제로 수정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의견을 듣는 절차와 결정에 반영하는 절차를 이어보자는 제안이다.

어른에게도 같은 질문을 돌려야 한다. 부모가 업무 연락 때문에 예외를 원한다면 그 사정을 설명하고 가족과 정리할 수 있다. 아이의 예외는 변명으로, 어른의 예외는 당연한 필요로 처리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족 모두의 사용 목적과 어려움을 같은 자리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약속을 다시 보는 날까지 정하자

실천이 잘되지 않은 날을 곧바로 의지 부족의 증거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약속한 시간과 실제 생활이 맞았는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뒤 할 일이 있었는지, 연락 방법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다른 활동을 선택할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고민하는 일도 어른의 몫이다.

처음 약속을 만들 때 며칠 뒤 다시 이야기할지도 정해두면 어떨까. 잘된 점 하나와 불편한 점 하나를 각자 말하고, 유지할 항목과 바꿀 항목을 함께 고르는 것이다. 실천 기록을 가족끼리 비교하거나 아이의 화면 내용을 모두 검사하는 방향으로 곧바로 넓힐 필요는 없다. 확인하려는 목적에 맞게 최소한으로 이야기하자는 제안이다.

폰프리의 가치를 스마트폰을 치운 시간만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가 자기 생활의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가족의 필요를 듣고, 약속을 조정하는 경험도 배움이다. 선언 뒤에 남아야 할 것은 완벽한 실천표보다 다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다.

출처와 편집 정보

확인: 2026-10-03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