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의 성과를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 강좌를 몇 번 열었는지, 몇 명이 수료했는지와 함께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수업을 마친 사람이 다음 주에도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가. 평생교육의 목표를 생활 속 선택권에 둔다면, 이 질문을 교육 설계의 앞자리에 놓아야 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올해 3월 27일 게시한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 등 4대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은 96.6%, 역량 수준은 65.9%였다. 각각 일반국민의 해당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값이다. 취약계층 96.6%가 기기를 가졌다는 뜻도, 65.9%가 사용법을 안다는 뜻도 아니다.
보고서는 접근을 기기 보유와 인터넷 접속 가능 여부로, 역량을 PC와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두 수치를 단순히 빼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의 비율’을 구할 수 없다. 다만 교육을 설계할 때 기기에 접근하는 조건과 사용하는 능력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얻을 수 있다.
이 조사는 2025년 10~12월 총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을 이용한 대인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NIA가 수행했으며,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자료 수집을 맡았다. 올해 가을의 상태를 새로 측정한 자료는 아니다. 특정 교육과정을 받기 전후에 실력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검증한 실험도 아니다. 아래 제안은 이 통계가 입증한 교육 효과가 아니라, 지표의 구분을 바탕으로 한 교육 운영에 대한 의견이다.
첫째, 강좌의 끝에 생활 과제를 남겨보자. 예를 들어 평생학습 강좌를 찾아 신청하는 연습이라면 검색 화면을 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신청 조건을 읽고, 원하는 시간을 고르고,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접수 결과를 다시 찾는 과정까지 다뤄야 한다. 실제 개인정보를 넣거나 비용을 결제하지 않아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어느 단계에서 도움을 받았는지도 함께 기록하면 다음 수업의 출발점을 잡을 수 있다.
둘째, 같은 일을 다시 해볼 시간을 교육에 포함하자. 강사의 시범을 따라 한 번 성공한 것과 며칠 뒤 혼자 시도하는 것은 다른 상황이다. 첫 수업에서 실패를 지적하기보다 두 번째 시도에서 막힌 지점을 묻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메뉴 이름이 달라졌을 때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이전 화면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연습 과제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운영의 효과는 별도로 평가해야 하며, 수료율만으로 성공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교육기관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관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 이용자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추가 교육만 권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씨를 읽기 쉬운지, 오류 안내가 다음 행동을 알려주는지, 전화나 대면으로 질문할 통로가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교육을 받을 기회와 도움을 요청할 권리는 함께 보장하는 편이 옳다.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필요한 서비스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
성과 보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참여 인원과 수료 인원에 더해, 어떤 생활 과제를 연습했는지와 어느 단계에서 지원이 필요했는지를 설명해보자. 재참여자에게 같은 과제를 다시 제시한다면 조건과 기간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성과가 좋았던 사례만 골라 모든 학습자의 변화처럼 소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을 평가하는 낙인 대신 다음 교육을 개선하는 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집단 평균을 개인의 능력으로 옮겨 붙이지 말아야 한다. 같은 연령대나 같은 소득 범주 안에서도 경험과 필요는 다를 수 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초급 수업을 권하기 전에 본인이 배우고 싶은 일과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보는 편이 낫다. 디지털 교육이 지향할 성과는 기기를 오래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막혔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 있어야 한다.
- NIA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 게시 · 2026-03-27
-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원보고서: 조사개요 2~3쪽·지표 19~21쪽 · 2026-03-27
- 자료사진 원본: Karolina Grabowska / Pexels · 2015-05-17
- Pexels CC0 이용 안내 · 2026-09-30
확인: 2026-09-30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