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생활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먹을지 묻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질문만으로 수업을 끝내서는 곤란하다. 어떤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준비할 시간과 도구가 있는지, 학교에서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필자는 식생활교육이 개인의 실천 의지만 평가하는 수업을 넘어, 선택의 조건을 살피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2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양·식생활교육 리더과정 운영 내용을 발표했다. 자료에 제시된 연수 기간은 9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총 30시간이며 참여 대상은 도내 교장·원장·영양교사·영양사 등이다. 교육과정 분석, 학생 맞춤형 수업 설계, 교육 콘텐츠 제작, 학교급식 현장 사례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발표일이 제시된 종료일보다 하루 앞서 있으므로 이 자료만으로 마지막 일정까지 완료됐다고 확인할 수는 없다. 연수 뒤 학생의 식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평가 결과도 담겨 있지 않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성과의 크기보다, 새로 만드는 수업이 어떤 질문을 품어야 하는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학교 식생활교육 안내에서 교실 안의 교육과 학교 안팎의 식품 환경을 함께 다룬다. 먹거리를 구하고 소비하는 공간뿐 아니라 정보·홍보·가격도 식품 환경에 포함한다. 또 학생과 가족, 교사, 급식 관계자 등 학교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이는 경기 연수를 평가한 연구가 아니라, 학교 식생활교육의 방향을 설명하는 별도의 국제기구 자료다.
이 관점을 수업에 적용한다면 ‘좋은 식단을 알고 있는가’에 더해 ‘그 선택을 어렵게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를 질문할 수 있다. 아래의 수업 방식은 실제 학교에서 관찰한 사례가 아니라 필자의 제안이다.
가령 모둠별로 가상의 장보기 예산과 조리 시간을 다르게 주고 식사 계획을 세워보게 할 수 있다. 같은 목표를 제시하되 이용할 수 있는 가게, 보관 공간, 조리 도구 같은 조건을 달리하는 것이다. 한 가지 모범 식단을 맞히는 데서 끝내지 않고, 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 설명하도록 하자는 뜻이다. 영양의 적절성은 교사의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야 하며, 이 활동을 개인에게 식단을 처방하는 과정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
이때 실제 가정의 형편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먹은 음식 사진이나 장보기 영수증을 모든 학생 앞에 펼치는 방식보다, 교사가 준비한 가상 자료를 쓰는 편이 낫다고 본다. 수업의 목적은 누가 더 잘 먹고 사는지 비교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선택을 생각해보는 데 있어야 한다. 아이가 가족의 식탁을 해명하는 자리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AI로 활동지를 만들더라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보기 좋은 식단 그림과 간단한 정답표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수업 설계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울 때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특정한 가족 형태나 생활 방식만 정상으로 전제하지 않는지 교사가 먼저 살펴야 한다. AI 활용의 가치는 자료의 수보다, 교사가 이런 검토에 집중할 여지를 만드는 데서 찾고 싶다.
학교 급식도 수업과 연결할 수 있다. 학생이 메뉴를 마음대로 바꾸도록 하자는 뜻은 아니다. 메뉴가 정해지는 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질문하고, 먹기 편한 환경이나 안내 방식에서 개선할 점을 제안하는 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제안에 대한 답변과 실제 반영 여부를 알려주면, 아이는 식생활이 개인의 결심뿐 아니라 공동체의 결정과도 관련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평가 역시 자기 집 식탁이 모범 답안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주어진 조건을 읽었는지, 대안을 비교했는지, 다른 사람의 사정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의견을 설명했는지가 더 적절한 기준이다. 이는 필자가 제안하는 교육적 기준이며, 이번 연수가 이미 그런 평가를 실시했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선택을 가르치려면 선택할 수 있는 여건도 교육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아이에게 실천을 권하는 말과 함께, 학교와 어른이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묻는 질문이 놓이기를 바란다.
이 글은 교육청 게시문·첨부 원문과 FAO 공개 안내를 바탕으로 한 의견이다. 연수 운영 내역은 발표 기관의 설명에 한정되며 현장 참석이나 별도 독립 확인은 하지 않았다. FAO 자료는 해당 연수의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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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2026-10-04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