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유아 체험공간에는 아이가 머물 시간을 고를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 놀이를 조금 더 해보고, 다른 친구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다. 새 공간을 마련할 때 시설의 구성만큼 이러한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지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경기도교육청남부유아체험교육원은 11월 6일 ‘해아뜰 RAS ZONE’을 조성해 이달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동화를 감상하는 ‘오감동화놀이터’, 자연물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자연예술놀이터’, 자연물을 활용해 신체활동에 도전하는 ‘튼튼신체놀이터’로 구성된 공간이다. 독서·예술·스포츠를 동화와 연결해 놀이의 흐름 속에서 경험하도록 마련했다는 것이 교육원의 설명이다.
이 구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놀이의 흐름이다. 아이에게는 동화를 듣는 일과 나뭇잎을 만지는 일,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일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른이 붙인 영역의 이름은 공간을 준비하는 데 유용하다. 실제 운영에서는 아이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선택이 들어갈 자리
나는 체험의 순서와 시간을 정할 때 아이가 고를 수 있는 부분을 먼저 표시해 두기를 제안한다.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이동·안전 안내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즐겨도 되는 놀이 시간을 구분하는 것이다. 한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더 머물 기회를 주고, 다른 활동을 원하는 아이에게도 선택지를 열어 두자는 뜻이다.
가령 동화 속 장면을 자연물로 꾸민다고 해보자. 어떤 아이는 나뭇잎의 색을 오래 비교하고, 다른 아이는 등장인물이 걸을 길을 만들고 싶어 할 수 있다. 두 아이가 같은 모양의 작품을 완성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른은 필요한 재료와 안전한 자리를 마련하고, 아이가 무엇을 하려는지 물으며 도울 수 있다.
그 바탕이 되는 방향은 이미 제시돼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2019년 7월 발표한 개정 누리과정은 유아 중심·놀이 중심을 내세웠다. 충분한 놀이 경험 속에서 몰입과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 교사의 과도한 계획 작성 부담을 덜어주는 것 역시 당시 발표에 포함됐다. 새로운 체험공간의 운영을 생각할 때 다시 읽어볼 원칙이다.
쉬는 시간과 다른 참여 방식도 준비하자
놀이 선택권에는 잠시 쉬는 선택도 포함됐으면 한다. 신체활동에 바로 뛰어드는 아이가 있고, 먼저 주변을 살핀 뒤 참여하고 싶은 아이도 있을 수 있다. 함께 온 집단의 이동 속도만으로 참여를 재촉하기보다, 지켜보기와 쉬기를 거쳐 다시 놀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동선을 짜면 좋겠다.
도전의 방식도 여러 갈래로 열어 두자. 목표물을 향해 던지는 활동이라면 거리나 도구를 달리 고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같은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준비하면 교사는 아이의 시도를 도울 여지가 생긴다. 이런 선택지를 마련하려면 안전을 살필 인력과 재료 관리, 휴식 공간까지 운영 계획에 함께 담아야 한다.
기록도 아이의 다음 놀이를 위해
운영 결과를 돌아볼 때는 방문 인원과 활동 횟수에 더해 아이가 무엇을 선택하고 다시 시도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어떤 재료 앞에서 대화가 이어졌는지, 어떤 안내가 길어 놀이를 자주 멈추게 했는지 같은 질문이 다음 운영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기록 업무가 교사의 시선을 계속 서류로 돌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아이 곁에서 관찰한 것을 운영 뒤 짧게 나누고, 다음 회차에서 바꿀 한 가지를 정하는 정도로 시작할 수 있다. 부모에게도 아이가 만든 결과물과 함께 스스로 고른 활동이나 새롭게 시도한 방식을 전하면 좋겠다.
해아뜰의 새 공간이 제시한 독서·예술·스포츠의 연결은 놀이를 풍부하게 구성할 출발점이다. 그 구상이 아이의 경험으로 이어지려면 공간을 채우는 일과 시간을 비워두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아이가 더 해보고 싶은 놀이를 이어갈 수 있을 때, 체험의 주인은 조금 더 분명해질 것이다.
- 경기도교육청 — 남부유아체험교육원 해아뜰 RAS ZONE 조성 · 2026-11-06
- 경기도교육청남부유아체험교육원 — 해아뜰 RAS ZONE 보도자료 원문 · 2026-11-06
- 교육부·보건복지부 — 2019 개정 누리과정 확정·발표 · 2019-07-19
확인: 2026-11-06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