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공동체를 위한 약속을 만들었다면, 어른이 물을 것은 얼마나 멋진 문장인지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의 어려움에서 출발했는지, 실천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처음의 생각을 고칠 이유는 없었는지도 물어야 한다. 나는 학생자치의 약속을 완성된 선언보다 함께 검토하는 계획으로 대했으면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21일 ‘2026 경기 청소년 매니페스토 페스티벌’을 24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연다고 발표했다. 공모전 수상작 상영, 토크 콘서트와 청소년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수원시의 16일 공식 안내에서도 같은 날짜와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열리지 않은 행사의 계획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들이 팀별 행동 약속을 에세이로 작성해 공모전에 참여했고, 서류와 동영상 심사를 거쳐 최종 12편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5월부터 초등학교 32교와 중학교 8교, 모두 40교에서 운영 중인 매니페스토 실천교육의 일환이다. 실천교육 운영 학교 수와 공모전 수상작 수는 서로 다른 범주의 숫자다.

여기까지는 공개 발표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개별 수상작의 전문과 심사 과정, 참여 학생의 실제 실천 기록은 이번 검토에서 확보하지 못했다. 아래 논의는 특정 작품이나 심사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약속을 만들고 돌아보는 교육에서 중시했으면 하는 기준에 대한 제안이다.

약속의 크기보다 문제를 발견한 과정을 묻자

학교를 바꾸겠다는 큰 문장도 의미가 있지만, 작은 불편을 정확히 짚어 본 경험 역시 배움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불편한 일이 다른 친구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불편한지 묻는 과정부터 공동체의 문제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발표를 들을 때에는 해결책을 바로 칭찬하기 전에 그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직접 살펴본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인지,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지하는 사람의 말뿐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유도 담을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는 모든 학생에게 조사 보고서를 요구하자는 뜻은 아니다. 학년과 활동의 규모에 맞게 자신이 아는 범위와 아직 모르는 부분을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주장에 확신을 더하는 일만큼 질문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게 다루자는 취지다.

지키지 못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천 과정에는 처음에 예상하지 못한 조건이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거나, 시간과 장소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살피는 활동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점수로만 마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을 때에는 무엇을 했고 어디에서 멈췄는지, 다음에는 어떤 조건을 바꿀 것인지 설명할 기회를 주자. 사정을 설명한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임을 배우는 방식에는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실행할 수 있게 계획을 고치는 일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친구와 상의해 약속을 수정했다면 바꾸기 전과 후의 이유를 함께 남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수정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설명하는 연습은,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태도와 구분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공모전의 실제 평가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발표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돌아볼 시간을

수상작을 함께 보는 자리는 다른 학생의 문제의식과 실천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다음에는 각자의 교실에서 자신들이 만든 약속을 돌아볼 시간을 연결했으면 한다. 무대에 오른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 반의 조건에 맞는지, 어떤 부분은 다르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말을 잘하거나 영상 제작에 익숙한 학생의 표현만 눈에 띄지 않도록, 짧은 글이나 작은 모둠 대화 등 여러 참여 방식을 마련해 볼 수 있다. 공개 발표를 하지 않아도 문제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은 경험은 남을 수 있다. 이는 행사 운영에 대한 확인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일상 수업으로 이어 갈 방법에 관한 의견이다.

교육청은 이번 실천교육을 학생이 직접 공약을 만들고 실천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을 경험하는 교육으로 설명한다. 다만 공개 자료만으로 시민역량이나 책임감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축제의 의미를 살리려면 행사 뒤 어떤 대화가 이어지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약속을 발표한 순간과 함께, 그 약속을 다시 읽고 고쳐 쓰는 시간도 배움으로 인정했으면 한다.

출처와 편집 정보

확인: 2026-10-21 · 필자의 의견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