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붓글씨가 AI와 만나 국제 로봇대회 수상작이 됐다. 이름을 물어보고, 한글로 바꾸고, 붓으로 호패에 써서 건네는 ‘한석봉 서예 로봇’. 세영 로봇 코딩학원 학생들이 만든 이 작품이 중국 국제무대에서 은상을 거머쥐었다.
세영 로봇 코딩학원(원장 이창화)은 한국 대표로 출전한 소속 팀이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난징에서 열린 ‘2026 World Robot Olympiad China Invitationals’의 Future Innovators 중·고등부에서 2위에 올라 은상(Silver Award)을 받았다고 전했다.
참가팀이 꺼내 든 아이디어는 한국의 서예와 호패였다. 방문객의 목소리가 로봇의 움직임을 거쳐 자신의 이름이 담긴 기념물로 돌아온다. 전통문화를 AI와 기계 설계로 풀어낸 학생들의 도전이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 이름을 듣고 써 주는 로봇, 한석봉을 깨우다
한석봉 서예 로봇은 방문객에게 AI 음성 챗봇으로 이름을 묻는다. 들은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한글로 변환하고, 붓으로 호패에 써서 직접 건네도록 만들었다. 대화의 결과가 손에 쥘 수 있는 기념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올해 WRO의 주제는 ‘Robots Meet Culture’, ‘로봇, 문화를 만나다’다. WRO 협회는 로봇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표현하고 보존하며 더 많은 사람이 문화에 접근할 방법을 탐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참가팀은 한국의 서예와 호패에서 출발해 이 주제를 풀어냈다. 방문객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담아 전통문화 체험에 참여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벨트에서 웜기어까지…세 번 고쳐 만든 붓의 움직임
학원이 제공한 제작 설명에 따르면 로봇의 하드웨어는 레고 EV3 컨트롤러와 모터 3개로 구성한 X·Y·Z축 플로터,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평면 위에서 위치를 이동하는 X·Y축과 붓을 올리고 내리는 Z축이 함께 움직이며 글씨를 쓴다.
팀은 선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구동 구조를 세 차례에 걸쳐 고쳐 만들었다. 벨트 방식에서 랙 방식으로 바꾸고, 이어 웜기어를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종 구조의 X·Y축에는 랙·피니언에 웜기어를 더해 느리고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했으며, Z축에는 크랭크를 사용해 붓을 들어 올리고 내리도록 했다.
붓을 지지하는 팁에는 조이스틱의 움직임 원리를 응용했다. 힘을 받으면 기울고 힘을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구조로, 실제 붓글씨의 느낌을 표현하려는 시도다. 글자의 좌표를 따라 움직이는 장치에 붓이 호패 표면과 만나는 방식까지 고민해 담았다.
말 한마디가 붓의 움직임으로, AI와 레고를 잇다
작동 과정은 크게 세 단계다. 먼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음성 대화로 방문객의 이름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이름을 글씨를 그릴 좌표와 동작 명령인 G-Code로 변환하고, EV3가 이 명령을 받아 모터를 움직여 붓글씨를 완성한다.
음성 챗봇은 방문객의 말을 문자로 바꾸고, AI의 응답을 다시 음성으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대화와 기계 제어를 연결해 사람이 말한 이름이 실제 붓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Claude를 코드 작성과 오류 수정, 구조 설계 조언에 활용했다. 학원 측은 중국 대회 현지의 서비스 이용 여건에 맞춰 챗봇을 DeepSeek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로봇의 대화를 담당하는 AI는 DeepSeek다. 개발 도구를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대회 현장에서 작품이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조정한 것이다.
붓 하나 바꾸면 다른 예술가…서예를 넘어선 도전
팀은 하나의 플로터를 여러 창작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 구조도 설계했다. 같은 홀더에 서예용 붓, 조각용 칼, 그림용 붓을 바꿔 끼우는 방식이다. 본체를 유지하면서 도구와 AI의 역할을 설정하는 프롬프트를 바꿔 다른 문화 체험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한석봉을 주제로 한 서예 체험에서 나아가 미켈란젤로를 주제로 한 조각·판화 체험, 반 고흐를 주제로 한 그림 체험 등으로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호패 서예 로봇을 바탕으로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넓혀 보려는 방향이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우리 문화였고, 완성에 이르는 길은 반복된 설계와 수정이었다. 학생들은 코딩 화면 속 명령을 실제 붓의 움직임으로 바꾸고, AI와 레고를 연결해 방문객이 참여하는 문화 체험을 만들었다. 한국 대표팀의 은상 수상 뒤에는 이렇게 아이디어를 직접 작동하는 작품으로 바꾼 시간이 쌓여 있다. 호패에 이름을 쓰는 한석봉 로봇은, 전통문화가 다음 세대의 기술과 만나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도전이다.
자료·사진 제공: 세영 로봇 코딩학원
- WRO 협회 — 2026 시즌 주제 Robots Meet Culture · 2026-10-28 확인
확인: 2026-10-28 · 공개 자료 또는 제공된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수정 안내: 2026-10-28: 제공자의 추가 설명에 따라 한국 대표 출전 및 Future Innovators 중·고등부 2위 성적을 학원 발표로 명시했습니다. 제목·본문을 다듬고 대표 이미지를 제공된 대회 프로그램 표지로 교체했습니다.